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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쾌한하지만 어딘지 씁쓸한 성장영화, 요시노 이발관

by 박마루00 2021.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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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두었던 영화를 큰맘 먹고 시청했다. 요즘 잔잔한 영화에 꽂혀 최대한 '덜 자극적인' 영화만 골라 보는 재미에 살고 있다. 그 중 첫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요시노 이발관'이다.

잔잔하고 고요한 배경을 지니지만 내용은 어딘지 무겁게 느껴지는 영화를 주로 제작해온 감독은 '토일렛',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작품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2004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 아동 영화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는데,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영화의 배경은 우리나라로 치면 읍, 리와 같은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이 마을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자아이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것도 특이한 바가지 머리로 통일한 모습이다.

바가지 머리는 바로 '요시노 이발관'의 작품. 남자 아이들이 이 머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3대째 이어져 오는 마을의 전통 때문이다. 한자리에서 이발관을 쭉 해오고 있는 요시노 아주머니는 남자 아이들의 머리를 주기적으로 잘라주며 소위 '관리'를 하고 있다.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머리를 잘라주기도 하는가 하면, 새로 입학한 초등학생들의 머리를 손수 다듬어 주는 장면도 나오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자아이들이 마을 뒷산에서 나란히 서서 할렐루야를 외치는 부분이었다. 뭔가 뮤지컬스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낮설기도 한 이 장면. 할렐루야를 외치는 아이들의 표정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이것이 시작이된 걸까? 이 마을을 흔들게 하는 사건은 한 초등학생이 전학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날 사카가미 남자 아이가 도쿄에서 전학온다. 마을에 있는 남자 아이들과는 달리 세련된 머리스타일과 함께 갈색으로 염색해 멋낸 사카가미. 단연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일명 '얼짱'으로 등극한다.

사카가미를 보며 나머지 남자아이들은 무언가 잘못된것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사카가미가 자신들과같은 바가지머리를 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어느정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그들은 어른들의 의견과는 달리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마음속에 자리하게 된다.


남자아이 네다섯명은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요시노 이발관이 아닌 다른 이발관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꾸려고 시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걸까. 계속 주저하게 되는 모습들을 영화에선 그리고 있다.

내용은 흘러 마을 축제기간을 비춘다. 다섯아이들은 결심이라도 한듯 각양각색으로 머리를 염색, 자르고 비장하게 등장한다. 그리고선 요시노에게 물러가라고 소리친다. 이 중 요시노 아들인 케이타는 "엄마가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건 더 싫어"라고 외치며 요시노를 울컥하게 된다. 마을 관습을 강요하는 요시노가 싫지만 이로인해 많은이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는 상황이 싫었던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은 머리를 모두 밀게된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넌지시 던진다. 단골로 보이는 나이든 노인은 요시노에게 머리 손질을 받으며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한다. 영화 초반 독불장군 같던 요시노였지만 이 말을 들은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모든걸 받아들인다는 표정을 보인다.


나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 영화는 왜 만든걸까? 이 아이들이 머리가 왜 이러지, 어쩌자고 이런 영화를 만든거지 하며 의아했지만 후반부에 가서야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머리스타일을 매개로 기성세대와 아이들의 갈등을 다룬 것이다.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고자하는 요시노의 마음도 이해가는 한편,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어느정도 수긍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나역시도 지금의 어린아이들과 다른 시대를 살고 있고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많은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의 갈등을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영화다. 왜 이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탈 수 있었는지, 또 대표적인 일본영화로 꼽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또다른 영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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